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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왜 양준일은 본인의 인기가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말할까?

작년 말 양준일 신드롬이 일었다. 과거 양준일의 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방송국에서는 너도나도 창고를 뒤져서 양준일 무대 비디오를 꺼내 들었다. 과거에는 방송국에서 무시를 당하다 쫓겨나듯 활동을 마쳤는데.

양준일이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첫 배경은 권지용과 똑같이 생긴 외모 때문이었다. 놀랄 정도로 비슷한 외모인데 게다가 키도 크다. 무대를 보니까 스타일도 세기말 무대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이런식으로 화제를 얻기 시작한 것이 꽤 예전 일이었다고 기억한다.

 

 

 

 

 

여기서 슈가맨으로 양준일이 그동안 왜 활동을 하지 못했는지 밝혀지면서 관심은 폭발했다. 원해서 활동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출입국 관리자가 도장을 찍어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활동 도중에는 춤도 이상하고 다 이상하다며 온갖 욕을 먹었다고 한다.

신드롬을 일으킨 시점에 비하면 현재는 그 인기가 많이 잠잠해진 편이다. 지만 양준일은 동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인기가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양준일 스스로 인기는 금방 식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에 대해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양준일이 자극했던 죄책감

양준일이 이렇게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죄책감이다. 과거 폐쇄적이고 이방인을 무시하는 태도, 한국 사회의 억압적인 시스템으로 인한 피해자가 바로 양준일이다. 대중은 그 시대를 그대로 꺼내오는 양준일을 보며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죄책감 총량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일정 이상 죄책감이 쌓이면 예전에 있었던 사건은 잊으려고 노력한다.

먼저 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에게는 죄책감이 없어보인다. 오히려 기성세대를 욕하기에 딱 좋은 사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좌제처럼 젊은 사람에게도 죄책감은 따라온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기에는 이미 시간은 많이 흘렀고 양준일도 그 사실을 잘 안다.

반면 기성세대는 그 양상이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죄책감을 자극하는 다른 사건이 쏟아져나오며 양준일을 잊는 세대도 있을 것이고, 거꾸로 오히려 충성도가 높아서 이번에는 끝까지 양준일을 놓치지 않을 집단이 분명 있을 것이다.

 

 

 

 

 

잔잔한 인품

 양준일은 굉장히 차분한 사람이다. 화제를 끌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성격에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의 환호를 산 양준일의 성격은 사실 반발적인 성격에 있다. 당시 세대가 정해놓은 틀을 꺤다는 점에서 90년대의 양준일은 그 자체로 반항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영어를 써서 재수없다는 말에 그러면 왜 방송국 이름은 영어로 지었냐고 반문하는 반항적인 성격은 이전 포스팅에서도 계속 언급했던 권위에 대한 대항이라는 키워드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양준일은 이미 그 경지를 넘어서서 거의 해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닮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양준일은 대중이 그런 모습을 오래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대중적인 인기를 지속적으로 끄는 캐릭터는 자극적인 캐릭터이다. 그래서 자신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재미교포가 보통 부모님하고만 한국어를 하기 때문에 말투가 본래 나이보다 훨씬 나이든 말투라는데, 양준일도 본인 세대보다 훨씬 연배가 있어 보이는 듯한 말투를 가지고 있다. 그게 양준일에게 큰 무기가 된다. 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자극적인 요소는 양준일 성미에 맞지 않는다. 그걸 꾸며낼 이유도 없다. 

 

 

 

 

 

시드는 것은 당연하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면 대부분은 시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동안 신드롬을 일으켰던 사람들과 양준일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번 엄청난 인기를 가진 사람은 거만해지거나 이 인기가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양준일은 무덤덤하다. 그 이유가 이미 한을 다 풀었기 때문이다. “다시 인기를 얻게 되어 이제 한이 없다이게 아니라, 미국으로 쫓겨나듯 떠나고 그곳에서 계속 자신에게 되물으면서 모든 한을 풀어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이 상황이 얼떨떨하면서도 차분하게 활동을 한다.

양준일은 이미 시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인기가 사그러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오히려 인기가 줄어들고나서부터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대중이 시선을 거두는 것이 당연히 더 자유를 준다.

 

팬과의 두터운 의리는 지속할 것이다.

 대중들은 많이 떠나겠지만, 앞서 언급했던 양준일과 비슷한 나이또래의 팬들은 양준일이 떠나는 것을 보지못할 것이다. 양준일이 라디오스타에서 팬이 떠나면 자신도 떠난다고 했던 이야기는 이번에는 팬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떠나지 않겠다는 뜻과 같다. 즉 팬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려고 한 말이 아니라, 안심하라고 꺼낸 말이다. 팬과 양준일 사이의 의리는 팬들도 활동을 멈추지 않고, 양준일도 활동을 멈추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아마도 양준일이 팬들의 응원을 바탕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다 해보지 않을까. 패션쪽으로도 관심이 많았고, 춤도 춤이지만 곡을 만드는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관련된 일은 모두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팬들의 충성도도 높지만 기업이 양준일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까닭이 또 있다. 양준일 사람 자체가 예전부터 권위를 신경 안쓰던 사람이라 기업이 멋대로 다루기가 어려운 인물일 것이고, 잘못 건드렸다가는 다시 대중의 시선이 쏠리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즉 기업과의 수평적인 관계, 두터운 팬층, 시선을 천천히 돌리지만 언제든 다시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대중. 이 세가지 조건을 전부 갖추었기 때문에 양준일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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