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찬스로 유전을 봤다. 다들 워낙 겁주고 추천해서 혼자서는 못보겠고 친구랑 같이 제주도에서 봤다. 하필 비바람 몰아칠 때 봐서 더 재미있게 봤다.
https://blog.naver.com/y-jaein
스포에 해당 안하는 내용까지는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두고, 여기에는 영화에 대한 내 해석에 대해 올려두겠다. 스포에 민감하지 않거나 공포를 덜고 싶다면 그냥 네이버 블로그 말고 여기를 보고 영화를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것 같다. 순전히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다른 의견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면 같이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영화를 한번 더 보면서 자세히 해석하고 싶은데 그럴 용기가 안난다. 너무 무서워 ㅋㅋㅋㅋㅋ 그래서 기억에 의존하고 쓰는 해석이기 때문에 틀린 부분이 많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악마 파이몬을 섬기는 집단이 파이몬의 부활을 위해 희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악마를 섬기는 할머니로 인해 엄마가 악마 파이몬을 낳는다. 파이몬이 여자인 딸의 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남자인 아들의 몸으로 파이몬의 현신 의식을 완성시키는 내용이다.
편의상 계속 할머니/엄마/딸/아들/아빠로 지칭하겠다. 먼저 내가 해석한 엄마의 역할 두가지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스포 주의
기록이 가지는 섬뜩함
엄마의 역할 중 하나는 파이몬의 부활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즉 성경을 쓰는 것이다. 감독은 엄마가 만든 미니어처를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극이 넘어가도록 연출했다. 기록은 이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이다.
엄마는 딸이 죽은 장면(알고보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만큼 이들에게 중요한 장면이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경악하는 아빠에게 엄마는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사고를 기록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엄마가 만드는 미니어처가 파이몬의 부활 과정을 담아낸 기록임을 알 수 있다. 엄마는 성경을 기록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은 것이다.
기록은 후대를 위한 일이다. 후대에게 책임을 넘길 때, 경고를 할 때, 어떤 바람을 담아서 기록을 한다. 모든 기록의 속성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본인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본인을 지우는, 다른 대상을 위한 행동이 기록이다. 그래서 작가랑 무당이 팔자가 같다고 말하는 것도 있나보다. 이런 기록의 속성은 광적이고 섬뜩한 느낌을 준다.
엄마는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마치 할머니로 인해 정해진 것 같은 엄마와 딸, 아들의 운명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만 본능적으로는 할머니보다도 능동적으로 그 모든 계획이 실행되는 것을 돕는다. 몽유병으로 인해 하는 행동과 파티를 가는 아들에게 굳이 동생(딸)을 데려가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기록은 인간에게는 본능적인 사명감을 가지게 하는 행위이다.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행위가 아니라 무의식적인 사명감으로 하는 행동이 바로 기록이다. 특히 성경에 대한 기록이 그렇다. 엄마는 그들의 성경을 기록하기에 제일 적합한 인물로 설계된 것이다.
필연적인 행동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질 때
몽유병 때문에 벌이는 행동과 파티를 가는 아들에게 딸을 데려가라고 했던 행동은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적이고 실수라고도 할 수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딸이 죽고나서 엄마가 하는 행동은 불안하지만 전부 이해가 가는 행동들이다. 엄마를 둘러싼 상황은 치밀하게 만들어진 인위적인 상황 같지만 그 속에서 엄마가 하는 행동들은 전부 납득이 간다.
우연히 만난 여자가 자신과 같이 가족을 잃은 처지라고 한다. 당연히 위로 받고 싶어서 엄마는 따라간다. 그 우연히 만난 여자가 죽은 영혼을 불러내는 주술을 알려준다. 당연히 엄마는 딸을 보고 싶어서 그 주술을 따라한다.
그럴 줄은 몰랐는데 그 주술로 인해 아들이 위험에 처한다. 당연히 엄마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저주가 깃든 노트를 불지르려고 한다. 그럴 줄은 몰랐는데 노트를 불태우니 자신도 불에 탄다.
그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남편에게 대신 노트를 불태워달라고 한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신나를 뿌린다. 남편이 불에 던지기를 거부하자 자신이 희생할 각오를 하고 노트를 직접 불에 던진다. 본인이 죽을줄 알았는데 남편이 불에 타죽는다.
딸이 죽은 후 엄마의 행동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필연적으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행동에 가깝다. 그런데 상황은 그런 엄마를 몰고 가듯 우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남편이 불에 타 죽는 것을 계기로 엄마는 부활에 대한 핵심 조력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깨닫는다. 필연적인 행동의 결과가 우연적이라면 행동이 결과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파이몬이 취하는 제물의 머리를 잘라 바치던 엄마는 각성 후 남편의 목을 잘라 바치고, 자신의 목을 직접 잘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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