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트루먼을 관음하는 영화 속 관객과 배우를 관음하는 우리
트루먼쇼는 트루먼의 모든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송출한다. 카메라는 절대 꺼지지 않는다. 감독은 지루할 수 있는 일상까지 편집하지 않고 전부 내보낸다. 사람들은 따로 하이라이트 비디오를 모아서 보기도 하지만 항상 트루먼쇼를 틀어놓고 지켜본다. 트루먼쇼에서 관객들의 관음적 쾌락을 자극하는 부분은 바로 이런 지극히 일상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영화 속 관객이 아니라 영화 밖의 진짜 관객들까지도 트루먼을 관음하게 만드는데, 결말에서 그동안 나 또한 관음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관음을 완성하는 장치는 바로 ‘광고’이다. 트루먼의 아내는 트루먼과 대화하는 도중 신제품 광고를 한다. 관음을 당하는 당사자인 트루먼은 가끔씩 튀어나오는 아내의 말이 엉뚱하게만 들린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와 트루먼 쇼를 보는 영화 속 관객은 아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한번에 알아듣는다. 관음하는 사람끼리의 암호 역할을 하는게 바로 그런 광고들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실비아는 트루먼이 가짜 세계를 탈출하는 모습을 티비로 지켜본다. 트루먼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선택하자 바로 트루먼을 만나러 뛰어간다. 나만 그 다음 장면이 밖으로 나온 트루먼과 여자가 만나 포옹하고 키스하는 장면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트루먼이 나가고 문이 닫히고 그대로 영화는 끝난다. 영화 속 관객과 영화 밖 관객 모두 뒤이어질 상황을 보고싶어하지만 볼 수 없다.
2. 관음은 육아가 아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한 인생을 관음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무서운 점은 이 영화가 성장스토리 형식이라는 점이다. 마치 관객이 트루먼을 키우고 이제야 밖에 나갈 준비가 된 아이를 독립시키는 심정이 되어버린다. 관객은 트루먼을 다 알고있다는 착각 속에 빠진다. 영화 속 관객 중 하나는 트루먼의 행동을 해석하고 의중을 다 안다는 듯이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내놓는 해석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리다. 빠짐없이 지켜봐왔지만 그들이 트루먼을 키운 것은 전혀 아니다.
이들이 트루먼을 키운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 영화 마지막에 등장한다. 영화 초반부터 나왔던 트루먼의 독특한 아침인사는 영화 마지막에서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라는 게 밝혀진다. 관객들은 트루먼이 삶을 찾아 나오려고 몸부림치자 응원하고 환호한다. 사건만 놓고 보면 트루먼 이야기는 신생아를 납치해서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감금을 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못볼지도 모르니 미리 말할게요. 굿모닝, 굿애프터눈, 굿나잇"마지막 대사는 트루먼을 응원하지만 사실은 방관자이자 동조자였던 관객에게 그들도 공범이라는 신호를 주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트루먼이 나가고 카메라가 그 뒤의 트루먼의 인생을 쫓지 않는 것은 그들도 공범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시킨다.
3. 인셉션 - 여러 자아가 충돌하는 이야기
갑자기 길 가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을 쳐다보고 어떤 행동을 하려는 주인공을 우르르 달려가서 막는다. 인셉션에도 나오는 장면이다. 인셉션에서는 그렇게 충격적이지 않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기괴하고 충격적이었다. 함축적으로는 트루먼쇼는 인셉션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러 층위의 자아간의 경쟁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로 트루먼쇼를 해석해도 될 것 같다. 사회적인 시선과 엄격한 규범을 지키고자 하는 자아와 금기를 깨고 나가려는 자아, 보호 속에 숨고자 하는 자아가 충돌한다.
그렇다면 여행사에서 트루먼을 겁먹이기 위해 붙여둔 보험 포스터, 당신도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그 문구는 사고 이후 스스로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무의식에 대응하게 되고, 이런 두려움을 만들어내는 무의식의 근저는 트루먼을 보호하고 잡아두려는 감독으로 상징된다. 사회적인 시선과 엄격한 규범을 지키는 자아는 틀에 짜여진 배우와 그 속에서 흘러가는대로 사는 트루먼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런 자아에 대해 금기를 깨고 나아가려고 하는 자아가 본격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한 것은 라디오 송출 오류로 인해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기 때문인데, 이것은 어떤 균열으로 인해 자아에 대한 보호가 사실 보호가 아닌 억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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